한국 게임업계가 20년째 ‘3ds Max’를 고집하는 3가지 진짜 이유 (마야, 블렌더보다 맥스?)

1. 서론: “교수님, 해외는 다 마야(Maya) 쓴다던데요?”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나 취업 준비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교수님, 해외 튜토리얼이나 메이킹을 보면 다 마야(Maya)나 블렌더를 쓰는데, 왜 우리나라는 아직도 3ds Max를 배우라고 하나요? 한국만 3D 맥스를 쓰는거 아닌가요?

“단순히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게임업계가 ‘맥스 공화국’이 된 배경에는 자본(Capital)과 생존(Survival), 그리고 효율(Efficiency)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애니메이션과 게임 업계 현장에서 3D 아티스트로 발을 붙여왔고, 지금은 교육자로서 수많은 학생을 만나고 있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제가 실무에서 직접 체감한 경험과 더불어, 업계에 오래 계셨던 현장 사수와 팀원분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한국 게임 산업의 성장을 함께한 3ds Max,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 3가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오토데스크 사용 사례

2. 이유 1. 자본의 차이: 부자였던 애니팀 vs 가난했던 게임팀

시간을 거슬러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한국 3D 산업의 태동기로 가봅시다. 이 당시 3D 업계는 크게 ‘영상/애니메이션’과 ‘PC 게임’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당시 마야(Maya)는 해외 게임 업계, 영화 등 3D 콘텐츠 산업에서 전반적으로 쓰이는 (비싼) 툴이었습니다. 성능은 강력했지만, 라이선스 비용도 고가이고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비싼 장비도 필요했습니다. 전문 인력 또한 인건비 문제가 상당했죠 (해외 인력을 모셔와야하니까..) 정부 지원을 받거나 자본력이 탄탄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이 비싼 마야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애니메이션이 게임보다 자본 시장이 더 컸으니까요 (이것이 현재까지 영상 업계가 마야를 표준으로 쓰는 이유입니다.)

반면, 벤처 붐을 타고 막 시작한 게임 개발사(스타트업)들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대부분 영세했고, 비싼 Maya를 사용하는 것 보다 3ds Max를 사용하는 게 여러 방면에서 장점이 있었습니다.

  • 저렴한 비용: 마야 대비 훨씬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
  • 접근성: 원래 건축/인테리어용으로 널리 쓰이던 툴
  • 인력 수급: 상대적으로 해외 인력보단, 기존 맥스 인력 수급 원활

즉, 초기 한국 게임업계에서 3ds Max를 선택한 것은 철저한 ‘가성비’와 ‘현실적인 타협’의 결과였습니다.

3ds max 바이패드 Biped

3. 이유 2. 어렵고 복잡한 리깅말 간단한: 바이패드(Biped)

하지만 단순히 싸다고 해서 업계 표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맥스에게는 당시 한국 게임(특히 MMORPG) 제작 환경에 최적화된 ‘기능’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캐릭터 스튜디오(바이패드, Biped)입니다.

리니지, 뮤 같은 1세대 MMORPG를 떠올려보세요. 수백 종류의 몬스터와 캐릭터가 쏟아져 나와야 했습니다.

  • 마야(Maya)의 경우: 캐릭터 하나를 걷게 하려면 뼈를 심고(Joint), 관절을 세팅하고(IK/FK), 웨이트를 칠하는 전문적인 리깅(Rigging)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유튜브가 없던 시절, Rig관련 테크니컬 디렉터(TD)급 전문 인력이 없으면 제작 속도가 현저히 느렸습니다.
  • 3ds Max의 경우: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이미 완성된 인간형 뼈대인 ‘바이패드’가 생성되었습니다. 복잡한 리깅 지식 없이도 바로 애니메이션을 찍어낼 수 있었습니다.

“빨리빨리”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던 한국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바이패드의 생산성은 대체 불가능한 무기였습니다. 결국 애니메이터들이 맥스에 익숙해지니, 모델러들도 자연스럽게 맥스를 쓰게 되며 파이프라인이 굳어진 것입니다.


4. 이유 3. 돌이킬 수 없는 역사: 레거시 데이터와 살인적인 스케줄

“그럼 돈 많이 버는 대기업(N사, K사 등)이 된 지금은 마야로 바꿔도 되지 않나요?”

안타깝게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20년 동안 쌓인 수십만 개의 캐릭터 모델링, 애니메이션 데이터가 전부 .max 파일.bip (바이패드 모션) 파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레거시 데이터(Legacy Data)’라고도 합니다.이 방대한 과거 데이터를 마야용으로 변환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무엇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현장의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0년경, 국내 게임사인 NC소프트가 3ds Max를 버리고 Maya로 전향하기로 결정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전 직원을 다시 교육시키는 비용과 수고를 감수해서라도 메인 툴을 바꾸려 했던 것이죠.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실무 현장에서는 결국 맥스를 다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개발 일정만으로도 숨이 가쁜 상황에서, 수년간 쌓인 방대한 레거시 데이터를 마야용으로 변환하고 일일이 최적화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할 리드급 아티스트들조차 이미 수십 년간 맥스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보니, 툴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기술적 괴리와 생산성 저하를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5. 결론: 역사를 알면 취업 전략이 보인다

한국 게임업계가 3ds Max를 고집하는 이유는 갈라파고스라서가 아니라, 치열했던 초기 시장의 생존 전략과 효율성이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언리얼 엔진 5의 발전과 인디 게임 씬의 성장으로 블렌더(Blender) 사용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당장 국내 중견/대기업 게임 회사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전략은 명확합니다.

  1. 3ds Max는 기본입니다: 현장에서는 맥스 버전하나 바꾸는것도 어렵습니다. 맥스. 해야합니다
  2. 하지만 변화에 깨어 있으세요: 실무에서는 맥스를 쓰더라도, 개인적으로 블렌더를 서브 툴로 학습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3. 트렌드한 모델링 툴 학습: 사실상 요즘 3D 모델링은 지브러시, 섭페, 엔진을 어떻게 다루냐입니다.

툴은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업계가 왜 그 도구를 쓰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프로가 되는 첫걸음입니다.

3ds max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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