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모델링 예쁘게 다했는데, 뭘 또 하라는 거죠?”
지브러시(ZBrush)나 블렌더(Blender) 스컬핑을 처음 배운 입문자들은 너무 즐겁습니다 그냥 찰흙놀이 하듯 슥슥 캐릭터를 만들고 복잡한 형태의 크리처도 뚝 딱 만들어 내니까요
그런데 기쁨도 잠시,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합니다. “오, 멋진데? 이제 면(Wire) 새로 따자. 리토폴로지(Retopology) 해야지?”
“네?아니 이것도 100시간은 걸린거 같은데 뭘 또 해야되나욧?!”
그렇죠 이제 3D 모델러의 안타까운 숙명 리-토폴로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하라 하는 리토폴리지가 도대체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지를 3분 안에 알아봅시다
1. 리토폴로지(Retopology)가 뭔가요?
- 토폴로지(Topology): 3D 모델링을 이루는 점, 선, 면의 흐름과 구조. ( 와이어 프레임 이쁘다 -> 토폴로지가 좋다)
- 리-토폴로지(Re-topology): 엉망으로 얽혀있는 수백만 개의 면 위에, 새롭고 규칙적인 면(Low Poly)을 덮어씌워 뼈대를 다시 세우는 작업.

지브러시에서 조각한 버텍스가 아주 많아서 데이터는 무겁고 딴딴한 ‘돌 조각상’과 같습니다. 보기엔 멋지지만, 그 자체로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 돌 조각상을 게임 엔진에서 뛰어놀 수 있는 ‘가벼운 관절 인형’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그 목적은 크게 [움직임]과 [최적화], 두 가지로 나뉩니다.
2. 영상/애니메이션 관점: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하니까!”
게임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위해 리토폴로지를 진행하지만 애니메이션, 영상쪽은 더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될 부분입니다.
픽사(Pixar)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 CG에서 리-토폴로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연스러운 변형(Deformation) 때문입니다.

🤔 리토폴로지를 안한 모델링 팔을 구부리면 어떻게 될까요?
수백만 개의 폴리곤이 무작위로 얽혀있는 스컬핑 원본에 뼈대(Bone/Rigging)를 심고 팔을 구부리면, 팔꿈치 관절이 종잇장 구겨지듯 기괴하게 찌그러집니다.
😸 근육의 결을 따라 흐르는 와이어
사람이 웃을 때 얼굴에 주름이 지고, 팔을 굽힐 때 팔꿈치 가죽이 늘어나는 것처럼, 3D 모델링의 와이어(선)도 실제 근육의 흐름을 따라가야 합니다.
- 눈과 입 주변은 동그랗게 감싸는 형태(루프)로 면을 짜야 자연스럽게 웃거나 말할 수 있습니다. (게임 캐릭터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이 루프가 더 많고 촘촘합니다)
- 무릎이나 팔꿈치 등 관절이 굽히는 곳은 면을 3줄 이상 촘촘하게 넣어줘야 부드럽게 접힙니다.
결론: 영상 CG 분야에서는 폴리곤 개수를 줄이는 것보다, “캐릭터가 살아서 움직일 때 관절과 근육이 찢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히도록 면의 흐름(Flow)을 재설계하는 것”이 리토폴로지의 최우선 목표입니다.
이유: 영상 CG 분야는 렌더링 과정을 통해 영상을 제작하는게 주목적이기 때문에, 모델링 데이터가 무거워도 렌더링 과정에선 중요하지 않기때문입니다.
3. 게임 엔진 관점: “가벼워야 돌아가니까!”
게임 쪽은 상황이 훨씬 더 가혹합니다.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은 기본으로 챙겨야 하고, 거기에 ‘극한의 다이어트(최적화)’까지 요구됩니다.
🤔 돌덩이를 메고 달릴 수는 없습니다
게임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그려내야 합니다. 주인공 캐릭터 하나의 폴리곤이 1,000만 개라면? 몬스터 3마리만 나와도 컴퓨터가 터져버릴 겁니다. 엔진이 뻗어버리죠.
😸 무거운 디테일은 ‘껍데기(텍스처)’에 양보하세요
그래서 게임 모델러들은 마법을 부립니다.
- 리토폴로지: 1,000만 개짜리 원본(High-poly)의 형태를 따라, 1만 개짜리 가벼운 뼈대(Low-poly)를 만듭니다.
- UV 언랩: 가벼워진 모델링의 전개도를 평평하게 펼칩니다. 면이 적어지면 UV도 더 펴기 쉽습니다.
- 베이크(Bake): 1,000만 개짜리 원본이 가진 잔주름, 흉터, 옷감의 질감 등 무거운 데이터를 사진으로 찍어서(노말 맵), 1만 개짜리 모델링에 도배합니다.
결론: 게임 분야에서의 리토폴로지는 “엔진이 가볍게 굴릴 수 있도록 폴리곤은 최소화하면서, 노말 맵(Normal Map)을 씌워 하이폴리곤처럼 보이게 만드는 사기극(?)의 밑바탕”입니다.
4. 무조건 해야 하나요? (예외 상황)

모든 3D 모델링이 리토폴로지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 3D 프린팅 / 피규어 제작: 움직일 필요도 없고, 엔진에 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지브러시 원본을 그대로(혹은 Decimation으로 용량만 줄여서) 출력하면 끝입니다. 리토폴로지가 필요 없습니다.
- 언리얼 엔진 5 (Nanite 기술): 최근 언리얼 5의 ‘나나이트’ 기술 덕분에 수백만 폴리곤의 배경 에셋(돌, 건물 등)은 리토폴로지 없이 엔진에 바로 넣을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하지만 관절이 움직이는 캐릭터나 몬스터는 여전히 100% 리토폴로지를 해야 합니다!) 로우폴리곤 데이터를 나나이트하는 실수는 하지마세요!
마치며: 리토폴로지는 ‘예술’을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

리토폴로지는 분명 지루하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지브러시 스컬핑이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면, 리토폴로지는 그 작품을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게임/영상)’로 포장하고 가공하는 기술입니다.
모델링의 흐름을 이해하고 깔끔한 와이어프레임을 짜는 능력이 바로 아마추어와 프로 모델러를 가르는 진짜 기준입니다. 힘들더라도, 내 캐릭터가 엔진에서 생생하게 뛰어다닐 그날을 위해 면을 예쁘게 따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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